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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5년06월12일 14시28분 ]
식품의약안전처가 26일, 시중에 유통중인 백수오 제품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미검출된 제품이 단 10개밖에 안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이른바 가짜 백수오 파동이다. 이엽우피소 유해성 논란과 함께 가짜 백수오를 만들고 판매한 사업자들, 그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식약처에 질타가 쏟아졌다.
원료를 속인 가짜 제품은 당연히 나쁘다. 그런데, 원료를 안 속였으면 괜찮은 것일까? 진짜 백수오 성분으로만 이루어졌으면 믿고 사먹어도 되는 것일까? 백수오는 여성 갱년기에 ‘참 좋은’ 제품으로 알려져 최근 건강기능식품 업계의 최고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정말로 참 좋긴 한 것일까?
백수오 추출물의 여성 갱년기 관련 효능을 입증하는 논문은 두 편이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그 두 편에서 모두 백수오 제품 업체 관련자가 공동저자로 올라있다. 객관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에서 나온 논문의 경우, 겨우 29명에게 효과를 물어 데이터화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시험 결과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코메디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 마디로 효능에 의심이 간다는 이야긴데, 심지어 ‘진짜 백수오도 장기간 무분별하게 복용할 때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대한한의사협의의 부작용 경고까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믿고 사먹어도 되는 것일까? 백수오뿐만이 아니다. 관절영약으로 선전되면서 히트상품이 된 글루코사민의 경우에도, 그 효능을 입증하는 논문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관련 업계의 후원을 받은 시험에서만 효능이 입증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쯤되면 가짜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원료를 속이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하는 정도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 가짜건 진짜건 건강기능식품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식약처의 효능 인증에 문제가 제기된다. 백수오 제품은 식약처 생리활성기능 2등급 인증을 받았다. 소비자 입장에선 식약처 인증이라고 하면 확실하게 효능이 검증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 2등급 인증이라는 것이 1건 이상의 시험 결과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1건이나 소수의 시험은 우연히 이례적인 수치가 나올 수도 있고, 객관성이 의심되는 시험이 있을 수도 있다. 소비자가 믿을 만한 인증시스템이 시급하다.
더 문제는 방송이다. 사실 백수오 열풍의 진원지도 방송이었다. 최근 종편을 비롯한 방송가엔 건강정보 프로그램 열풍이 불었다. 이런 프로그램에선 수많은 건강전문가들이 등장해 특정 식품이나 약재의 효능을 선전한다. 그런데 그 근거가 1건의 논문이나, 개인의 경험 정도일 때도 있다.
이런 방송을 믿고 시청자들은 관련 제품을 찾는다. 건강정보프로그램에서 다루기만 하면 시장이 들썩일 정도다. 방송사들이 시청자를 건강식품업계의 봉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방송에 나와 건강정보를 전하는 의사를 요즘엔 쇼닥터라고 한다. 쇼닥터들의 황당한 주장이 많았다. 물구나무를 서면 발모효과가 있다고 하는가 하면, 유산균이 불임에 효과가 있다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식물 잎이 정식 항암제보다 만 배 효능이 뛰어나다는 사람도 있었다.
시청자가 이런 쇼닥터의 말을 믿는 것은 그들이 권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사는 권위자가 아닌, 괜찮은 비주얼에 말 잘 하는 사람을 출연시킨다. 시청자의 믿음이 근본적으로 배신당하는 구도인 것이다. 신해철을 수술한 이도 쇼닥터였다.
방송이 쇼닥터를 내세워 건강정보프로그램을 잇따라 편성하는 것은 시청률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해 중년 이상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건강관심이 나타난다. TV와 쇼닥터가 그런 국민적인 관심을 시청률로 이용한 다음, 그 국민들을 건강식품업계로 내모는 모양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09년 1조 1600억 원 규모에서 2013년 1조 7920억 원 규모로 성장했는데, 음성적인 영역까지 모두 계산하면 지금은 족히 4조 원 규모가 될 거라는 말들이 나온다. 고령화와 함께 이 시장은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가짜 백수오 파동을 우리가 가볍게 넘겨선 안 되는 이유다. 단순히 원료를 속인 수준의 문제를 넘어, 건강기능식품 업계 전반의 신뢰성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식약처의 관리감독과 방송사의 윤리적 책임성, 그리고 쇼닥터의 신뢰성에 대해 엄중히 검증해야 한다.
방송사들은 불과 얼마 전에도 효소열풍을 조장하더니, 효소의 효능에 문제가 제기되자 이렇다 할 사과도 없이 어물쩍 넘어갔다. 이런 식이면 국민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2013년의 한 조사에선 한의사 중 64.6%가 홍삼 등 건강식품 부작용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무분별한 건강기능식품 열풍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친환경투데이 김태성 기자 teaseong@ef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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