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의 관문,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결국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덥고 습한 아마존의 공기만큼이나 회의장 안팎은 끈적한 이기주의와 회피로 가득 찼다. 이번 총회는 개최지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산림 COP' 혹은 기후 위기 저지선을 지켜낼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나, 결과적으로 인류는 또다시 가장 쉬운 길이자 가장 위험한 선택지인 '현상 유지'를 택했다.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명확한 로드맵 마련 실패와 산림 보전을 위한 실질적 재정 합의 결렬이라는 이중의 실패는 단순한 외교적 난항을 넘어, 국제 사회가 기후 재앙을 막을 의지 자체가 결여되어 있음을 증명하는 뼈아픈 증거다.
우선 화석연료 합의 실패부터 짚어봐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라는 문구를 합의문에 넣기 위해 지루한 줄다리기를 해왔다. 이번 COP30에서는 그 전환의 속도와 강제성을 구체화해야 했다. 그러나 회의장에서는 여전히 경제 논리가 생존 논리를 압도했다. 주요 산유국들과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 그리고 에너지 안보를 핑계로 빗장을 걸어 잠근 선진국들의 이해관계가 카르텔처럼 얽혀 어떤 진전도 막아섰다. 특히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과 같은 미봉책을 전제로 화석연료 수명을 연장하려는 시도가 '현실적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합의문을 흐렸다. 이는 명백한 기만이다. 과학계가 제시한 탄소 예산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데, 정책 결정자들은 마치 마법의 지우개가 나타나 대기 중의 탄소를 지워줄 것처럼 행동한다. 이번 총회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out)'이 아닌 모호한 감축 언어에 머무른 것은, 사실상 기후 파국을 향한 엑셀러레이터를 밟은 것과 다름없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번 총회의 핵심 의제였던 산림 합의의 실패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아마존 보호를 기치로 내걸고 선진국들의 과감한 재정 지원을 요구했다. 숲은 탄소를 흡수하는 지구의 중요한 자산이지만, 그 숲을 소유한 국가들에게는 개발을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이기도 하다. 따라서 산림 보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시혜가 아니라 생태계 서비스를 이용하는 선진국들의 정당한 지불 행위여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돈' 앞에서 연대는 깨졌다. 선진국들은 재정 긴축과 자국 내 정치적 상황을 핑계로 기후 기금 공여에 인색했고, 구체적인 산림 보전 기금 조성은 구두선에 그쳤다. 숲을 지키자고 외치면서 숲을 지킬 경비는 내지 않겠다는 이중적인 태도는 기후 식민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아마존을 비롯한 열대우림 보유국들은 국제사회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산림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되었고, 이는 역설적으로 경제 개발을 위한 벌목과 토지 개간의 유혹을 다시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번 COP30의 실패가 뼈아픈 이유는 기후 위기의 임계점이 코앞에 닥쳤다는 과학적 경고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한 시점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이미 잦은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전환되는 티핑포인트를 넘보고 있다. 숲이 죽으면 화석연료를 아무리 줄여도 지구 가열을 막을 수 없고, 화석연료를 줄이지 않으면 숲은 불타 없어진다. 이 두 가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고리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 위의 각국 대표들은 이 연결고리를 애써 무시한 채, 각자의 계산기를 두드리는 데만 몰두했다.
우리는 이번 실패를 통해 유엔기후변화협약이라는 다자간 협의체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만장일치제라는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가장 느린 배가 선단의 속도를 결정하는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구속력 없는 자발적 감축 목표(NDC)가 얼마나 허상에 가까운지도 확인했다. 이제는 기후 행동이 국가 간의 '선의'에 기대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탄소 국경세와 같은 무역 장벽이나, 기후 악당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금융 제재 등 보다 강력하고 실질적인 경제적 강제 수단이 동원되지 않는 한, COP는 매년 열리는 화려한 말잔치에 그칠 공산이 크다.
벨렝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리더십의 실종이다. 기후 위기를 해결할 기술이 없는 것도, 자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없는 것은 오직 기득권을 내려놓고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정치적 용기뿐이다. 이번 합의 실패로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탄소 부채를 또다시 늘렸다. '옵션 B'는 없다는 절박함으로 모였던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결국 지구를 위한 플랜 A를 폐기하고 각자도생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택했다.
회의장은 철거되고 각국 대표단은 비행기를 타고 돌아갔다. 하지만 아마존의 나무들은 여전히 베어지고 있고, 굴뚝에서는 연기가 솟구친다. COP30은 실패했다. 이 실패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은 단순히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든 지금이야말로, 국가 주도의 지지부진한 협상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시민 사회와 기업, 그리고 개개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즉각적이고 급진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자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벨렝의 실패가 인류의 실패로 귀결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지금 당장 분노하고 행동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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