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기금(WWF)은 2023년 은행 부문 지속가능금융 평가(Sustainable Banking Assessment, SUSBA)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의 5개 상업은행을 포함한 아시아 8개국 49개 은행의 환경·사회적(E&S) 통합 성과를 평가했다. 평가 결과, 국내 은행들이 지속가능금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자연자본에 대한 인식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WF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등으로 인한 사회와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부터 매년 SUSBA를 통해 은행들의 ESG 통합 성과를 다각적으로 평가해왔다. 올해 평가에서는 은행이 환경·사회 리스크를 인식하고 구체적인 이행 조치를 취하는지 여부를 분석했다. 평가 기준으로는 ▲목적(Purpose), ▲정책(Policy), ▲절차(Process), ▲임직원(People), ▲금융상품(Product), ▲포트폴리오(Portfolio) 등 6개 부문을 설정했으며, 총 78개의 세부 지표를 사용했다.
WWF가 실시한 2023 SUSBA 참여 국가별 은행의 자연 관련 리스크 통합 현황 (제공: WWF)
평가 대상 국가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8개국으로, 한국과 일본은 2020년부터 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이 평가에 포함됐다.
2023년 SUSBA 점수는 전년 대비 5.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경영진의 ESG 이행 의무와 책임, 임직원 교육 부문이 작년 대비 8.2%포인트 상승하며 큰 폭의 개선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선두를 유지했고, 필리핀은 2021년 중앙은행의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 공시 지침 발표 및 규제로 인해 전년 대비 43%포인트 상승하며 가장 큰 개선을 보였다.
최근 5년간 국내 은행의 지속가능금융 항목별 평가 결과 (제공: WWF)
평가 결과, 전체 은행의 83%가 환경 파괴와 관련된 사회 및 경제적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지만, 사업 운영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거나 긍정적 영향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공개한 은행은 13%에 불과했다. 이는 자연 관련 리스크에 대한 조치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별로는 팜유 부문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고, 에너지 부문에서는 화석연료 배출 감축 관련 포트폴리오에서 개선이 있었다. 수산물 산업의 경우, 해양 보전과 지속가능한 청색 경제를 위한 노력이 증가했다.
WWF 한국본부 박민혜 사무총장은 “지속가능금융으로의 전환이 넷제로 달성을 위한 잠재적 수단으로 간주되면서, 기후를 넘어 자연 및 생물다양성으로 지속가능성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도 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정책 및 전략을 개발하여 글로벌 동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 SUSBA 보고서의 전체 내용은 WWF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친환경투데이 원정민 기자 press@greenvers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