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기후물리 연구단이 최근 300만 년의 기후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인류 조상들이 다양한 생태환경을 적응하며 거주영역을 확장한 것이 혹독한 기후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었다는 것을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되었다.
인류 조상 호모종은 지난 300만 년 동안 여러 차례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으며 진화해왔다. 하지만 초기 인류가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자연환경 변화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에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은 이를 밝혀내기 위한 역대 최장 기간의 고기후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호미닌이 선호한 다양한 자연환경 서식지
연구팀은 과거 300만 년의 기온, 강수량 등의 기후 자료를 생성하여 기후 기반 식생 모델을 구축하였고,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의 유적지와 화석 등 3,232개의 고고학 자료에 대입하여 호모종의 서식 지역의 생물 군계 유형을 11가지로 분류했다.
연구 결과, 초기 인류 조상들은 초원과 건조 관목지대와 같은 개방된 환경에서 살았으나, 후기 호모종들은 유라시아로 이주하며 온대림과 냉대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 군계에 적응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생물 군계에 대한 적응력은 우리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이동성, 유연성, 그리고 경쟁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그 이전 어떤 호모종보다도 유능하게 만들었다.
호모종 진화와 식생
또한, 연구팀은 호모종이 다양한 식물과 동물 자원이 가까이 있는 모자이크식 자연환경을 선호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선택이 도구 개발과 인지 능력에 영향을 주어 극한의 변화에 대한 호모종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증가시켰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를 이끈 엘크 젤러(Elke Zeller) 학생연구원(부산대 박사과정)은 "다양한 자연환경과 식생이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자, 사회 문화적 발전을 위한 잠재적 원동력임을 확인했다"며 "초기 인류의 생존 전략에 대한 전례 없는 견해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인류학에 기후-식생 모델링 연구를 접목한 덕분에 세계 최초로 자연환경에 대한 인류 조상의 거주지 선호도를 대륙 규모로 입증했다"며 "호모종에 대한 '다양성 선택 가설'을 새롭게 제안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진화생물학과 인류학 연구를 위한 핵심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IBS의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는 한국의 가장 빠른 과학 슈퍼컴퓨터 중 하나로,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5월 12일(한국시간) 게재되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인류 조상의 생존 전략과 생태환경 적응에 대한 이해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투데이 정하준 기자 press@greenvers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