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F(세계자연기금)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튜브 댓글을 통해 분석한 한국인의 환경 관련 인식 빅데이터 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그 결과 사람들의 환경 관련 인식이 5년 전에 비해 보다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음을 파악했으며, 변화의 속도 또한 급격히 빨라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한국 사회의 환경 인식 조사 - 한국 사회의 Eco-wakening 분석」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언론과 대중의 환경 관련 인식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이를 위해 2017년 1분기부터 2022년 3분기까지 약 5년간 환경 관련 키워드를 포함해 작성된 693,218건의 언론 기사와 유튜브 댓글 397,639건을 수집해 빅데이터 분석을 시행했다. 이번 연구는 빅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 아르스프락시아가 함께 수행했으며, 토픽모델링을 통해 파악한 주요 이슈를 활용해 이슈별 비중 분석, 시계열 분석, 가속도 분석, 유사도 분석, 마지막으로 의미망 분석 등을 진행했다.
환경 관련 언론 기사, 유튜브 댓글량 모두 증가…가장 핫 한 이슈는 ‘기후위기’
유튜브 댓글량은 2017년 1분기 40건 대비 2022년 3분기 33,206건으로 약 82,915% 증가했다. 시기별로 보면 2021년 2분기(15,872건)와 2022년 3분기(33,206건)에 주요 이슈의 댓글량이 전체적으로 모두 급증했다. 댓글 수 자체가 적은 2017년을 제외하더라도 해마다 1.7배(2018→2019년), 2.2배(2019→2020년), 3.5배(2020→2021년)로 빠른 증가량을 보였다.
언론 기사량은 2017년 1분기7,753건 대비 2022년 3분기 11,251건으로 약 5년 사이에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관련 기사가 폭증했던 2019년을 제외하면 환경 관련 이슈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로 볼 수 있다.
유튜브 댓글에서 가장 주요하게 언급되는 환경을 둘러싼 이슈들은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해양쓰레기(플라스틱), 친환경 소비 및 생활 실천 등 4가지였다. 이들 중 기후위기가 누적 댓글 50,640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해양쓰레기(플라스틱, 34,832건), 생물다양성(14,950건), 친환경 소비(7,902건) 순으로 나타나 환경 관련 이슈에 대한 관심도가 전반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언론 기사에서는 주로 탄소중립, 미세먼지, 기후변화협약, 원전, 해양쓰레기(플라스틱), 친환경 소비 및 생활 실천 6가지 이슈를 다루고 있었다. 그 중에서 미세먼지 이슈가 129,957건으로 가장 많았고, 탄소중립 이슈가 50,764건으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이 외에 친환경 소비(40,374건), 해양쓰레기(플라스틱, 36,871건), 기후변화협약(15,220건), 원전(11,183건) 순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관련 이슈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의 토픽으로 양쪽에서 모두 다뤄졌지만 언론은 기후변화협약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주로 다룬 반면, 유튜브는 기후변화로 인해 닥쳐올 위기를 주로 언급했다. 또, 유튜브 댓글에서는 언론 기사에서 상대적으로 덜 다뤄진 생물다양성에 대한 위기감이 보다 눈에 띄게 표출되었고, 향후 우려와 경각심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사진 : 세계자연기금
유튜브 댓글 이슈, 언론 기사 대비 훨씬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유튜브 댓글에서의 사람들의 문제 의식과 위기감은 언론 기사에 비해 훨씬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속도 분석 결과를 보면 유튜브 댓글에서는 대부분의 이슈의 가속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기후위기의 이슈 가속도가 47.68로 평균값보다 상회하여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속도가 높을수록 향후 주요 담론으로 확산될 잠재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이슈는 기후위기(47.68) 담론이며, 그 다음으로 해양쓰레기(18.29), 생물다양성(15.8)이 떠오르는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언론 기사의 경우 미세먼지는 누적 기사량이 가장 높은 데 반해 가속도는 가장 낮아 ‘죽은 이슈’로 분석됐다. 탄소중립은 누적 기사량이 두 번째로 많고 가속도는 가장 높아 미래에도 주요 담론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원전(1.38) 등의 이슈가 상승세를 보였으나, 유튜브 이슈의 가속도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사진 : 세계자연기금
사람들이 가장 분노하는 환경 문제는 ‘플라스틱’
2022년 유튜브 댓글 데이터의 감성분석 결과 가장 부정적인 키워드로 ‘플라스틱’이 꼽혔다. 플라스틱은 환경 이슈에 대한 긍정적인 키워드가 늘어나는 가운데 일관적으로 부정 키워드로 등장했다.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다수의 상품들이 부정적인 단어로 추출되어, 플라스틱 소비에 대한 경각심이 주요하게 드러났다. 이 외에도 배출, 기업, 바다, 미세, 인체, 종이컵 등 관련 단어들 모두 부정 비율이 높았다. 2021년 국민환경의식조사 결과 사람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문제 1위로 쓰레기/폐기물이 뽑힌 것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이 오염, 쓰레기 문제와 연관되면서 부정 인식이 계속해서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2022년 가장 긍정적인 키워드는 ‘실천’이었다. 2018년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실천, 생활 등의 단어가 2022년에는 긍정 감성 단어로 새롭게 등장하면서 환경 보호에 대한 실천의지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2018년엔 부정 감성이 주를 이룬 소비라는 키워드가 2022년엔 긍정 감성을 띄는 단어로 반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전엔 단순히 환경 보호에 부정적인 행태로 여겨진 소비 행위가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환경 문제, 점점 다양한 이슈 연결지어 인식
또 한 가지 특징으로는 환경 문제를 파편화된 이슈들로 인식하고 있던 2018년에 비해 최근에는 환경 이슈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언론 기사의 경우엔 2018년 거의 모든 키워드가 미세먼지 관련 단일 이슈에 함몰되어 있었는데, 2022년 데이터에선 소비자와 탄소중립 키워드가 전면에 등장했다. 미세먼지가 여전히 주요 키워드로 남아있긴 하지만, 군집 네크워크를 보면 ‘탄소중립’, ‘소비자’, ‘온실가스’ 등의 키워드가 주요하게 연결되면서 광범위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소비 패턴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 함께 언급하는 양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튜브 댓글에서는 2018년에 플라스틱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서 당시의 미세플라스틱 및 플라스틱 쓰레기 이슈를 나타내고 있지만 2022년에는 ‘지구’, ‘인간’, ‘멸종’ 등 환경 문제와 관련된 더 근본적인 키워드가 중앙에 자리잡는 양상을 보였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인식이 보다 넓어지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점점 다양한 키워드가 환경 이슈로 등장하고 있음에도 이슈간 유사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었다. 2018년과 2022년 데이터의 이슈간 유사도 분석 결과를 비교했을 때, 유튜브 댓글의 경우 거의 모든 이슈간 유사도가 증가했다. 언론 기사의 경우 기후협약, 탄소중립, 소비 실천 등의 이슈들이 서로 유사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WWF-Korea 홍윤희 사무총장은 “이는 언론과 대중 모두 기후위기, 해양 오염 등의 서로 다른 환경 문제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 변화가 데이터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원인이자 해결의 주체는 ‘인간’
이러한 대중의 인식 변화는 보다 분명하게 실천 의지로 이어지고 있었다. 기사와 유튜브 댓글 양쪽에서 주요 이슈로 나타난 ‘생활 실천’ 관련 의미망 분석을 비교했을 때, 언론 기사에서는 환경 보전의 주체가 ‘소비자’로만 프레이밍 되거나 타자화 되어있었다. 구체적으로 주요 키워드인 소비자에 대부분 기업명이나 상품 종류, 서비스 등이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튜브 댓글에서는 ‘실천’, ‘지구’, ‘환경’, ‘개인’ 등의 키워드가 중심에 있었다. 즉, 환경 보전의 주체가 타자가 아닌 ‘나’로 나타나며 실천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사진 : 세계자연기금
이는 환경 문제가 인간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해결의 주체도 인간이라는 인식에 바탕하고 있다. 2022년 사람들이 가장 분노하는 환경 문제는 ‘플라스틱’ 이슈였다. 플라스틱 관련 주요 키워드로 ‘쓰레기,’ ‘인간,’ ‘문제,’ ‘활용’ 등이 나타나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활용 방법에 대한 고민이 드러났다. 이 중 인간이라는 키워드는 ‘문제,’ ‘욕심’ 등의 단어와 ‘보호,’ ‘관심’ 등의 단어와 연결되면서 인간이 문제의 원인과 해결의 중심에 있음이 드러났다.
생물다양성 관련 의미망 분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멸종,’ ‘인간,’ ‘지구’ 등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했고 이중 ‘인간’ 군집엔 ‘탐욕’, ‘욕심’, ‘멸망’ 등의 부정적 키워드와 ‘해결’, ‘보호’, ‘생존’ 등의 긍정적 키워드가 모두 포함됐다. 이를 통해, 인간이 문제의 원인이자 동시에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체로 다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진 : 세계자연기금
이번 연구는 전 세계인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을 보여준 ‘에코웨이크닝’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의 ‘에코웨이크닝’ 현상을 증명하고 있다. 미세먼지에서 기후위기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생물다양성으로 이어지는 인식 변화는 환경 문제를 유기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세워야 한다는 관점과도 맞닿아 있다. 앞으로 시민들은 소비 기준이나 생활 양식에서 환경을 갈수록 중요한 요소로 여길 것이며, 이러한 ‘에코웨이크닝’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홍윤희 사무총장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위기감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 확산되고 있는 만큼 개인은 물론이고 정부, 기업 모두의 변화와 행동이 필요하다”고 ‘에코웨이크닝’ 현상의 의미를 강조했다. 홍 사무총장은 “WWF는 정부, 기업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협력하여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생물다양성 회복 및 보전, 그리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자연자원을 이용하도록 변화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친환경투데이 정하준 기자 press@greenvers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