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영암에서 17년째 친환경 배 한 길만을 걸어오며 연간 2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부가 있어 화제다.
영암 허정철 유기농명인 (사진 : 전라남도)
농업 전문가들마저도 배는 친환경 재배가 불가능하다고 꼽은 과수이나, 영암 허정철(66) 유기농 명인은 지난 2011년 유기농인증을 획득, 현재까지 11년째 유기농 배 재배를 하고 있다.
친환경농업 베테랑인 허 명인은 적은 면적에서 고소득을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농사법을 연구하다 유기농 배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4년부터 배를 친환경농업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재배가 까다로운 유기농배 재배를 실천하기 위해 선행해야 할 부분은 토양관리다. 허 명인은 기능성 세라믹, 게르마늄 등 50여 물질에 유효미생물을 직접 배양해 토양에 뿌려주고 녹비작물까지 재배하며 땅심을 높인다. 농장에 방사한 오리떼도 잡초를 제거하는 친환경농업 일꾼으로 토양관리에 도움을 준다.
특히 배의 경우 태풍이나 병충해 피해가 잦고 한번 피해를 입으면 회복하는데 최소 2년이나 걸린다. 재배 기간도 8개월 이상으로 벼 등 다른 작물에 비해 3~6개월이 더 길어 친환경 재배가 어려운 품목이다.
유기 과수 재배의 또 다른 애로사항은 충해 관리다. 허 명인은 예방을 중요시한다. 고등어, 장어 등 생선과 미나리, 쑥 등 야채를 혼합해 직접 만든 영양제를 배나무에 뿌리고 원적외선까지 방사해 배의 면역력을 높인다. 상품 가치를 떨어뜨리는 해충은 교미교란제, 포획기를 설치해 방제한다. 유효미생물을 지속적으로 토양‧엽면 시비를 해줘 면역력 강한 배를 생산하는 것이 허 명인의 노하우다.
현재 1.7ha 규모의 농원에서 유기농 배를 30t가량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품은 '氣찬배'라는 브랜드로 온라인과 직거래, 학교급식 등을 통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판매가격은 5kg 한 상자에 8만원으로, 연간 2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허 명인은 "소비자의 먹거리 불신이 높아짐에 따라 친환경농업을 시작하게 됐고, 현재 생산 중인 유기농 배는 껍질째 먹을 수 있다"며 "소비자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건강한 농산물 생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희 전남도 친환경농업과장은 "친환경 과일의 안정적 판로 확보를 위해 학교급식과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남도장터·백화점 입점 등 공급망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유기농 배 성공사례를 표준농법으로 매뉴얼화하고 이를 재배농가에 적극 전파해 유기농업을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친환경투데이 정하준기자 hajun@gflab.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