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경제기자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2010년 강원도 홍천 산골로 들어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박인호 씨(53·사진)가 ‘농부가 된 베테랑 경제기자의 전원생활 촌테크’(동아일보사, 264쪽)를 출간했다.
책을 읽으면 ‘촌테크’라는 신조어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풀이하자면 시골 테크놀로지 즉 ‘도시인의 로망’이라는 전원생활에도 소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귀농귀촌 열풍시대에 베이비부머(1955~63년생 712만 명 추산)를 비롯한 예비 귀농귀촌인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혹시나 ‘전원으로 가는 쉽고 넓은 길이 제시되어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은 도시인이라면 기대를 버리는 것이 좋겠다. 막상 일독하고 나면 촌테크란 전원으로 가는 좁고 험난한 길을 매우 조심스럽게 안내하는 지침서라는 걸 알게 된다. 막연하게 꿈꿔왔던 전원생활의 희망과 환상은 이내 산산조각이 난다. 그저 ‘전원생활이 참 좋다’고 속삭이는 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도시살이에는 ‘선수’지만 시골에서의 삶에는 ‘젬병’인 이들이 도시를 떠날 때 계명처럼 살펴볼 만한 얘기들을 담고 있다. 경험담이면서 동시에 경제전문기자의 경력을 십분 살린 전원칼럼니스트이자 전원전도사로서 생생하고도 분석적인 글을 살펴볼 수 있다.
박 씨는 “2015년 귀농귀촌 인구는 총 5만 가구, 1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지만 정작 실행에 옮긴 이후 생각지 못한 전원 속 전쟁을 겪고 다시 도시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귀촌이든 귀농이든 낭만이 아닌 현실임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의 준비에 필요한 공부를 하고 철저하게 계획한 뒤 결행해야 실패가 없다”고 말했다.
박 씨가 내건 ‘전원생활 촌테크’의 전제는 ‘전원생활은 낭만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도시민들이 귀농귀촌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며 “치밀한 계획과 준비 없이 결행하면 소득 문제, 자녀 교육, 원주민 텃세 등의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경제통인 박 씨는 전원생활 재테크도 빼놓지 않는다. 이 역시 촌테크의 중요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먼저 전원생활 입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밝힌 것처럼 주거할 땅을 선택할 때는 지리(풍수), 생리(경제), 인심(사회), 산수(자연)를 두루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보다 농촌 즉 전원에서의 입지 선정은 전원생활의 성패를 가름하는 핵심 요소다. 여기서부터 잘못되면 이후 집짓기와 초기 전원생활까지 모든 게 틀어진다.
집테크 또한 아무리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집 한 번 지으면 10년 더 늙는다고 하지 않는가. 특히 단지형 전원주택이 아닌 농지나 산지를 사서 집을 짓는 경우엔 농·산지 전용 과정을 거쳐 건축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여기에 더해 집을 짓는 과정에서 실제로 겪는 스트레스와 시공업체와의 마찰 등도 피할 수 없다.
박 씨는 “도시인이 농·산지를 전용해 전원주택을 짓고자 할 때 대지 면적은 가급적 660m²(약 200평) 이하, 건축면적 150m²(45.3평) 이하로 하면 나중에 도시의 주택(1가구1주택)을 팔 때 그대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전원주택은 부부가 거주할 경우 50m²(15.1평) 규모로 짓되 다락방과 데크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라”고 말했다.
‘전원생활 촌테크’는 이 외에도 자연과 함께하는 친환경 농사짓기까지 박 씨 자신의 체험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하나하나 짚어준다.
박 씨가 경험한 6년간의 촌테크론의 결론은 뭘까. 그건 바로 전원생활의 목적을 ‘성공’이 아니라 ‘행복’에 두라는 것이다.
그는 "사실 ‘성공’이란 단어는 돈, 명예, 권력 등 도시적 가치를 아우른다. 새로운 인생 2막의 터전인 전원으로 들어와 안식, 느림, 힐링 등 전원의 가치를 담고자 한다면 이 도시의 가치들을 하나씩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전원의 가치가 들어설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출처: 동아일보사 http://blog.naver.com/donga1031
- 친환경투데이 정다정 기자 dajeong@ef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