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8일 구례 자연드림파크에서 60여 명의 생산자가 함께 한 가운데 아이쿱 생산자회 제2차 기술위원회 확대 워크숍이 열렸다. 2014년 7월에 지속가능한 유기농업 기술을 전파하기 위해 생산자들이 '아이쿱 기술자문위원회'란 이름으로 뭉쳤고, 2015년 1월에 1차 워크숍을 열었는데, 올해 그 두 번째 워크숍이 열린 것이다. 이번 워크숍은 1차 워크숍 이후 실제 생산 현장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여러 사례발표를 듣고, 질문과 토론을 통해 다양한 농사기술을 서로 나누고 배우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2015년 활동내용에 대한 아이쿱생산자회 김일오과장의 개괄적인 발표로 워크숍이 본격 시작됐다. 작년 한 해 동안 생산자가 뭉쳐서 고품질 다수확을 이뤄보자는 목표아래 지력을 높이고 영양관리, 병충해 관리, 건강한 육묘 만들기를 위한 생산자간 기술 공유 등을 위해 총 26회 워크숍을 진행한 내용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워크숍을 비롯하여 여러 농가가 참여해 퇴비를 만들고 필요한 산지에 퇴비 공급, 농가에서 직접 제조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공유하는 활동 등을 통해 1차 생산기반을 확립한 것이 작년 기술위원회의 큰 성과였다고 말했다.
이어진 사례발표에서 생산자회 장정근 직원은 설문과 농가 직접 방문 등을 통해 얻은 내용을 취합하여 2015년 유황자재 사용 결과를 보고하였다. 유황의 우수한 살균 및 살충의 효과를 이용하여 만든 천연 자재인 유황의 병충해 방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고찰하고 유황자재 제조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농가들의 사용 만족도는 높았으며 앞으로 더 면밀한 조사와 데이터 축적을 통해 품목별 활용도를 높이도록 하겠다는 설명과 함께 오이, 사과에 대한 유황 사용 사례를 소개했다.
생산자들의 사례 발표 전 아이쿱생산자회 조성규회장과 기술위원회 김병호 위원장의 인사 시간이 마련됐다. 조성규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흙을 만지는 동지라 반갑고, 자발적으로 이런 행사에 참여해줘 고맙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이지만 농업은 없어서는 안 될 우리의 생명이자 삶, 그리고 숨, 쉼이고 우리는 그것을 지키는 위대한 농사꾼들이다. 스스로 자긍심을 갖자”며 “워크숍을 통해 잘 배우고 내가 알고 있는 걸 잘 공유해 서로가 경쟁의 대상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가 되어 따뜻하고 새로운 봄날을 맞이하자.”고 당부했다.
도종환의 詩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를 읊으며 말문을 연 아이쿱 생산자회 기술위원회 김병호위원장은 “농업의 대안은 친환경이라고는 하지만 친환경도 쉽지는 않다. 우리 스스로가 농업 기반을 튼튼히 함으로써 건강하게 발전해야 한다. 몇몇 기술위원만이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절실하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힘을 모아 해결책을 찾아감으로써 좌절하지 말고 이 난관을 타개해나가자.”고 말했다.
다음은 단체 및 농가의 실천사례 발표가 있었다. 첫 번째는, 2015년 한 해 동안 꾸준한 워크숍과 회의를 통해 재배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경북 성주의 참외품목위원회 권기백 위원장이 시작했다. “총 7명의 생산자가 함께 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워크숍이나 회의뿐만 아니라 모든 활동에 부부동반이 원칙”이라고 위원회를 소개한 뒤 “지력을 높이기 위해 퇴비를 만들고 직접 발효비료를 만들어 사용하였으며 병충해 방제력과 재배력에 있어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특히 천적을 이용한 방제력을 완성하기 위해 천적유지 식물을 재배하고 활용하는 등 현장에서의 실천도 꼼꼼히 하고 있다”고 활동내용을 소개했다.
경북 영천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생산자회 장현기 기술위원은 “축분 아닌 우드칩을 기본으로 한 목질 퇴비가 바람직하다. 목질류 퇴비는 리그닌이 풍부하여 미생물 다양화, 물리성 개선에 효과가 있으며 생산비도 절감된다. 거기에 섞어띄움비와 천연액비를 중심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언제라도 현장 방문하면 알고 있는 기술을 최대한 잘 가르쳐주겠다.”며 농가방문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옥천 토마토 유조봉 생산자는 토양이 병들어 지난 2년간 수확량이 급감하였는데 이후 태양열 소독과 후숙과정을 통해 유해균을 없애고 유익균을 배양해 땅심을 기르고 목질류 퇴비를 넣어 토양을 개량한 사례를 발표했다. “아직 작기중이라 정확한 결과를 얘기하긴 이르지만 지난 작기에 발생한 궤양병이 보이지 않고 현재 하우스 조건이 궤양병 균이 활동 가능한 조건임에도 발생하지 않고 있어 수확에 대한 있다”며 조심스레 증수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대전에서 비가림 유기 포도를 재배하는 이상천 생산자의 발표가 이어졌다. 약 20여 년간 포도농사를 지었으나 수확량이 낮은 수준이었는데 “여러 우여곡절 겪으며 제대로 된 퇴비를 만든 건 불과 작년부터다. 천연 영양제를 주기적으로 사용하고 섞어띄움비와 목재 퇴비를 만들어 땅에 투입하면서 포도 나무가 튼튼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토양 관리를 잘해 안정적인 수확을 해보겠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어진 토론시간에는 생산현장에서의 다양한 질문과 함께 제대로 된 현장 지도 아래 매뉴얼대로 만들어야 하는 액비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 유황보르도액 사용법, 제충국 활용법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천적을 활용한 다양한 방충 방제법도 소개됐다. 또 기본적으로 운반비가 많이 들어 비싼 우드칩 대신 산과 들. 지천에 늘려 있는 게 퇴비재료나 지자체에서 가로수를 정비할 때 나온 가지들을 활용해 싸고 쉽게 퇴비를 만들라는 실용적인 조언도 있었다.
과채류의 시들음 현상에 대한 질문에 결국은 토양이 오염돼서 뿌리가 시드는 것이라며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결국 편한 친환경농업 탓이다. 정부보조 퇴비, 오염된 유박을 지속적으로 쓰다보니 유익균이 점점 줄어들었다. 시설하우스들도 다 마찬가지다. 태양열 소독이든 객토, 물 소독, 친환경자재 투입 등의 여러 방법을 써볼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토양 자체를 복원시키지 않으면 지속적인 농업이 가능하지 않다”는 답이 이어졌다.
중탄산나트륨의 활용사례, 지온과 생물 생육조건의 밀접한 관계, 먹이트랩 페로몬 트랩 교미교란 등의 생물학적인 방제법, 탄소율에 따른 퇴비 발효조건, 촉매제로서의 액비의 놀라운 효과 등에 대한 기술위원들의 자세한 설명도 덧붙여졌다.
그러나 여러 농가의 사례와 데이터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이것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미흡해 계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자체 평가가 있었다.
워크숍 말미에 조성규 회장은 “아무리 좋은 자재라도 쓰는 사람이나 기후환경에 따라 효과는 제각각이므로 각자가 스스로 먼저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내 작물 내 토양에 맞게 ‘쥐 소금 먹듯이’ 조금씩, 서서히 시작해야 한다. 경쟁력을 기르려면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방법으로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알면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며 농업이야말로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올해 아이쿱생산자회 기술위원회의 목표는 ‘각 품목별 재배기술 정립, 병충해 방제력 강화, 과수 전정 기술·하우스작물 환경 관리, 각 품목별 어려운 시기 대응 방안 마련’이다. 작년에는 직접 생산농가를 찾아다니며 기술 지도를 했으나 올해는 각자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에 도움이 필요하면 생산자회 직원을 통해 신청하는 것으로 지원방법이 바뀌었다. 이는 현장에서의 실천을 기술위원이나 직원이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생산자의 주체적인 노력과 기술위원회의 구체적이고 적절한 지원으로 이뤄낸 아이쿱 생산자회의 선도적인 실천이 한국 농업의 새로운 주춧돌이 되길 기대한다.
- 친환경투데이 이예은 기자 yeeun@ef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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