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신식품 김홍열, 조미령 생산자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 이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루 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시인 백석, <국수> 중
적당히 잘 익어 입에 착 감기는 면발에 뜨끈한 멸치 맛국물을 부어 달걀 고명을 올리고 참기름 한 방울 똑 떨어뜨리면 느긋한 미소가 절로 피어오른다. 소박한 맛에 상차림이 단출하지만, 먹고 나면 몸도 마음도 든든해지는 것이 국수다. 아담한 국숫집. 얌전하게 붙어 앉은 사람들이 후루룩 소리를 내며 국수를 먹는 모습 속에서도 국수가 가진 이 담담하고 소박한 정서는 쉬이 드러난다.
흰밀국수, 통밀국수, 메밀국수, 쌀사랑국수, 칼국수, 색동소면. 여섯 가지 국수를 한살림에 내온 김홍열, 조미령 생산자의 얼굴에도 이런 국수를 닮은 정서가 자연스레 묻어난다. 15년동안 묵묵히 국수를 만들어 온 사람들의 차분한 몸짓과 시종일관 따뜻하게 사람을 대하는 미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김홍열, 조미령 생산자는 2000년 경북 칠곡 왜관읍 공기 좋은 터에 국수제조회사인 흥신식품을 세웠다. 면발이 가늘어 소화가 쉬운 고급 국수를 만들고 수출에 주력하던 김홍열 생산자가 스스로 (주)우리밀의 문을 두드려 우리밀 국수를 개발하기 시작한 건 위암 수술을 받은 뒤부터다. 고기는 물론 일반 가공식품만 먹으면 여지없이 거부 반응을 보였던 조미령 생산자의 예민한 몸도 건강하고 맛있는 우리밀 국수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국수를 생산하다 보니 자연스레 한살림과 인연이 닿았어요. 국산밀은수입밀처럼 성질이 일정치 않아 균일한 맛을 내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조합원들이 인정해 주고 계속 찾아 주니 보람 있었죠.”
조합원들 식탁에 흥신식품 국수가 오르기까지는 닷새의 시간이 걸린다. 우리밀에 물과 천일염만 넣고 숙성한 뒤 48시간 동안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천천히 건조시키는 까닭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건조한 면은 표면이 매끄럽고, 면이 골고루 말라 시중 국수들보다 수분 함량이 더 낮다. 때문에 면이 쫄깃하고 끓였을 때 쉽게 퍼지지 않는다. 같은 양을 삶아도 수분을 더 흡수해 포만감이 크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김홍열, 조미령 부부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처음 같은 생산 속도와 규모를 고집해왔다. 햇밀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반죽할 물의 양을 조절하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숙성시간을 지키는 일련의 과정들 모두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난히 맛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메밀국수를 일반 소비자들은 인정해 주지 않을 때도 유일하게 어린 시절 맡았던 구수한 메밀 향이 난다며 칭찬해 주고, 속이 편한 국수를 만들어 주어 고맙다며 마음을 표현한 한살림 소비자조합원들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우리 국수를 맛본 많은 사람이 우리 땅 우리 밀의 첫맛을 좋게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땅에서 난 재료 본연의 맛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죠. 그게 곧 우리 몸을 살리는 일이고, 우리 땅의 먹을거리를 되살리는 길이니까요.”
글·사진 문하나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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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투데이 정다정 기자 dajeong@ef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