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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대 연구팀, 50세 이상 3,800명 대규모 분석... 유기농 식품 섭취가 체내 염증 지표 C-반응성 단백질 및 시스타틴 C 농도 낮춰, 잔류 농약 감소와 영양학적 이점이 핵심 기전.
등록날짜 [ 2025년12월16일 10시15분 ]
건강한 노후를 위해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현대인의 최대 화두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질병 없이 활기찬 삶을 영위하는 '건강 수명'이 중요해지면서, 식탁 위의 선택이 노년의 건강 지도를 바꾸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유기농 식품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노인들의 체내 염증 수치를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유기농 식품 섭취와 염증 바이오마커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규명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 중 하나로, 공중보건 영양학 저널(Public Health Nutrition)에 게재되었다.

만성적인 체내 염증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며 심혈관 질환, 당뇨병, 암 등 다양한 노인성 질환의 근원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연구팀은 미국의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장기 추적 조사인 '건강 은퇴 연구(Health and Retirement Study)' 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대상은 평균 연령 64.3세의 성인 3,815명이었으며, 연구팀은 이들의 식습관 데이터와 혈액 내 염증 바이오마커인 C-반응성 단백질(CRP) 및 시스타틴 C(CysC) 농도 간의 상관관계를 정밀 추적했다. CRP는 심혈관 질환과 당뇨 등을 예측하는 대표적인 염증 지표이며, CysC는 신장 기능 저하 및 심부전 위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표다.

연구 결과, 유기농 식품을 섭취하는 노인 그룹에서 체내 염증 수치가 뚜렷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적인 교란 변수들을 모두 조정한 모델에서 CRP와 CysC 수치는 유기농 식품 섭취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유기농 식품을 챙겨 먹을수록 염증 수치가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결과가 단순히 유기농 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높은 소득 수준이나 평소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성향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연구팀이 '대체 지중해식 식단 점수(A-MedDiet)'로 대변되는 전반적인 식단의 질과 사회경제적 요인을 통계적으로 보정한 후에도, 유기농 식품 섭취와 CRP 감소의 연관성은 여전히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이는 유기농 식품 자체가 가진 고유한 특성이 염증 억제에 기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품이 염증 감소에 기여했을까.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CRP 수치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유기농 식품군은 우유, 과일, 채소, 그리고 시리얼이었다. 반면 신장 기능 및 심혈관 건강과 연관된 CysC 수치의 감소는 유기농 우유, 달걀, 육류 섭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식물성 식품뿐만 아니라 동물성 유기농 식품의 섭취 또한 노년기 건강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두 가지 주요 기전을 제시했다. 첫째는 영양학적 차이다. 유기농으로 생산된 우유나 육류 등 동물성 식품은 관행적으로 생산된 제품에 비해 오메가-3 지방산 함량이 높은 경향이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체내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CysC 수치 감소가 주로 동물성 식품 섭취와 연관된 것은 이러한 지방산 구성의 차이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잔류 농약 노출의 감소다. 관행 농업에서 사용되는 합성 농약과 제초제는 체내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장내 미생물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유기농 식품은 이러한 화학 물질의 오염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장기간 섭취 시 체내 축적되는 독성 물질을 줄여 염증 반응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유기농 식단으로 전환했을 때 소변 내 농약 검출량이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바 있다.

물론 이번 연구는 단면적 분석이라는 한계가 있어 인과관계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 또한 유기농 식품을 섭취하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더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 즉 '잔류 교란(residual confounding)'의 여지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유기농 식품 섭취가 CRP와 CysC라는 구체적인 염증 바이오마커와 역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라며 그 의의를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몸을 만든다"는 오래된 명제를 과학적으로 재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만성 염증 관리가 필수적인 노년층에게 있어, 유기농 식품의 선택은 단순한 기호의 문제를 넘어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적극적인 예방 의학적 전략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향후 유기농 식품 섭취 기간과 용량에 따른 반응을 살피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하며, 유기농 식품이 가진 잠재적 건강상의 이점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단순히 비싼 식재료라는 인식을 넘어, 질병 없는 노후를 위한 투자의 관점에서 유기농 식품을 바라볼 때다.



친환경투데이 원정민 기자 press@greenvers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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