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F(세계자연기금)가 ‘기상 변동성과 침입 포식자의 확산을 통해 기후변화가 꿀벌 군집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꿀벌이 안정된 계절 주기가 아니라 변화무쌍한 ‘뉴노멀’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 변동, 극한기후 빈도 증가, 외래 침입종 확산이 동시에 꿀벌 생존 조건을 흔들고 있다고 밝혔다. WWF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공동 연구로 진행된 이번 분석은 지난해 초미세먼지가 꿀벌 수분 활동을 저해한다는 1차 연구에 이은 후속 성과다.
연구진은 RFID 칩을 부착한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벌통 안팎의 온도·습도·풍속과 꿀벌 비행 패턴을 실시간 측정했다. 그 결과 꿀벌은 기온 2030℃, 풍속 04m/s 구간에서 비행이 가장 활발했고, 강수와 고습 환경에서는 활동이 급감했다. 폭염·폭우 등 기상 급변 상황이 지속되면 벌통 내부 온습도 조절 능력이 한계를 넘어 군집 붕괴(CCD)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 모습
꿀벌 생태계에 가해지는 압박은 기상 요인만이 아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서식 가능 지역이 북상·확대된 외래 포식종 등검은말벌(Vespa velutina)이 꿀벌 군집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서울을 포함한 9개 지역에서 실시한 트랩 조사 결과와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 네이처링 시민 과학 데이터를 결합해 등검은말벌 분포를 추적했다. 여왕벌 출현 시기와 잠재 서식지를 예측한 기후 기반 모델링에서는 중부·수도권까지 급속 확산하는 경향이 뚜렷했으며, 꿀벌 번식‧수분 활동이 집중되는 늦여름부터 초가을 사이 피해가 극대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등검은말벌 확산은 양봉 산업 손실뿐 아니라 과수·채소 등 작물 수분 부족과 방제 비용 증가를 야기해 농업 공급망에 부담을 준다. 보고서는 꿀벌 감소가 수분 생태계 서비스 약화를 통해 생물다양성, 식량안보, 경제 전반에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꿀벌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고온·고습 대응형 벌통 관리 기술 개발 △기상 모니터링 기반 이동 양봉 △병충해·침입종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도시·농촌지역 꽃꿀 자원 확대 △농약 사용 저감 정책을 제안했다. 특히 등검은말벌 방제를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의 체계적 포획·모니터링과 서식 가능지 예측 정보 공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WWF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꿀벌 생태계 위기를 알리고 과학 기반 정책 수립과 시민 참여 확대를 촉구했다. 수분 매개자의 생태적 가치를 사회가 충분히 인식하고, 침입종 방제·기술 지원·서식지 조성에 직접 나서야 기후위기 시대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경고다. 보고서 전문은 WWF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친환경투데이 정하준 기자 press@greenvers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