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중부 해안의 유기농 딸기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최근 연구에서, 농경지의 다층적 생태계 복합성이 해충 관리와 수확 피해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딸기 작물에 큰 피해를 주는 ‘리거스(Lygus) 딸기벌레’와 이들을 천적으로 제압하는 자연의 조력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해, 산림과 초원 비율, 현장 내 다양화 정도가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조사했다.
연구는 농가 주변 1,000미터 범위 내의 산림(원주민 수목 및 관목)과 초원(외래 초본 및 목초지) 비율을 측정한 후, 현장 내 다양한 작물 및 비작물 요소를 포함하는 ‘현장 다양화 점수’를 산출해 두 가지 축의 독립적 복합성을 평가했다. 결과는 산림 비율이 높을수록 천적 개체 수가 증가해 결과적으로 리거스 벌레 수를 억제, 딸기 손상 확률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를 보였음을 증명했다.
반면, 초원 비율은 리거스 벌레의 증식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로 인해 피해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특히, 비단 두 축의 단순 효과만이 아니라 산림 비율과 현장 다양화 점수의 상호작용이 눈에 띄게 나타나, 산림 비율이 중간 정도일 때 현장 다양화 효과가 최대화되는 ‘중간 복합성 가설’이 일부 확인되었다.
연구진은 또한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 사용되는 친환경 살충제와 트랙터 진공청소기 방식의 해충 관리가 천적 개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직접적으로 딸기 손상을 줄이는 효과도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살충제의 경우, 리거스 벌레와 천적 모두 개체 수를 감소시키지만, 그 중에서도 천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두드러지면서 장기적으로는 해충 제어에 한계를 불러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다층적 생태계 관리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한편, 농가 운영자가 단순히 해충 제거에만 의존하지 않고, 천적을 통한 ‘상향식 제어(Top-down control)’ 원리를 적극 활용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는 또한 정부의 농업 보전 프로그램이나 환경 정책 수립 시, 현장 내 다양화와 산림 복원 등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고려해야 함을 강조한다.
연구진은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초원 비율이 미치는 영향과 비슷한 외래 식생이 천적 및 해충 생태계에 미치는 상호작용을 더 세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 구축과 유기농 딸기 생산의 경제적 안정성 확보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결과는 생태계 복합성 관리가 단기적인 해충 방제 효과를 넘어, 장기적인 농가 수익성과 생태계 건강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침을 증명하며, 자연의 조력자를 활용한 새로운 해충 관리 전략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친환경투데이 원정민 기자 press@greenvers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