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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6년07월14일 07시57분 ]

강릉 천향 천연수제비누 이해우 · 김미진 생산자
한살림에 천연비누를 내는 천향은 9명의 젊은이가 꾸려가는 유한회사다. 직원들 모두가 회사에 출자하여 운영되며 대표이사직도 2년마다 순환된다. 그래서일까. 작업 공간에 머무는 공기가 편안하고 활기차다. 지난 2년 동안 천향의 대표로 활동해 온 김미진 생산자는 2008년 천향의 첫걸음부터 함께 해왔다. 강릉뇌성마비장애인협회에서 일자리 창출사업 활동보조로 일하다 뇌성마비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마련된 천연 비누사업단에 합류하게 된 것.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늘 일자리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던 그는 27살에 천직을 만났다. “늘 감사해요. 제가 여기에 있다는 것, 일할 수 있다는 것, 저한테 무언가 주어진다는 게. 정말 고마운 곳이죠.”

천향은 타 제조회사의 베이스를 납품받아 녹여 붓기를 하는 MP(Melting & Pour)비누 생산부터 시작했다. 비누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없던 터라 단순 제조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MP비누만 계속 생산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경영진이 베이스부터 직접 만드는 CP(Cold Process)방식의 천연비누 전환을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기술 기반이 없었다. 만만치 않은 교육비와 재료비 탓에 사설 기관에서의 교육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은 끝에 경남 진해의 한 시니어클럽에서 천연비누 전반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이후 천연비누 전문 강사와 인연이 닿아 대한천연비누협회의 천연비누공예 강사자격증도 취득했다. 천향 생산자로는 처음이었다. 현재 천향의 생산직 직원 모두가 이 자격증을 취득하여 활동하고 있다. 이후로 천향이 비누로 인정받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도 자기가 직접 경험을 하면서, 실수를 연발해야 자기 것이 되잖아요.” 두려움을 딛고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쓴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지역사회에서 좋은 비누로 점차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2009년 한살림강원영동과 인연이 닿아 한살림에 천연비누를 내기 시작했다.

한살림과 인연은 이들이 비누 생산을 안정적으로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한살림처럼 생산자들에게 물품 가격의 75%를 보존해주는 곳이 없어요. 한살림과 같은 재료와 품질을 요구하면서 비용은 보전해주지 않으려는 곳이 많아요. 한살림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희도 없었을 거예요.” 이해우 생산자의 말이다.

천향 비누의 남다른 점은 원료에 있다. 비누의 주원료가 되는 코코넛유나 팜오일, 올리브유 등 오일은 모두 식품회사에 나오는 식용오일을 이용한다. 국산을 구할 수가 없어 대부분 수입산을 사용한다. 대신 비누에 첨가되는 분말류는 최대한 국산을 사용한다. 발효어성초지성비누는 그들이 처음 탄생시킨 로컬비누다. 지역 농업회사에서 직접 재배해 발효한 어성초, 오죽헌 댓잎 등이 사용된다. 대부분 자연재료를 사용하지만 피치 못하게 사용하는 것이 가성소다다.

고형 비누를 만들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재료인데, 완성된 비누에는 그 성분이 남아 있지 않다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천향에서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으로부터 유리알칼리 잔류량을 검사한다. 검사결과는 늘 ‘검출 안 됨’. 하루만에 비누화가 가능하지만, 6주간의 숙성 기간을 거치는 이유 중 하나도 불순물을 날리기 위해서다. 이 과정을 거친 비누는 사용할 때 쉽게 무르지 않고 단단함을 유지하게 된다. 자연재료만 사용하다보니 쉽게 분해되어 환경에도 안심이다.

천향 비누는 전 공정이 사람의 손으로 이뤄진다. 뇌병변 증상의 하나로 몸이 한 번씩 경직되곤 하는데 7시간씩 서서 비누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작업 특성상 팔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저녁에 집에 돌아가면 숟가락 들기 버거운 날도 있다. “힘들고 지칠 때도 물론 있지만, 나만의 비누를 만든다는 기쁨을 느껴요. 기계로 만드는 비누는 일정하고 반듯하지만 저희는 수작업이라서 일률적인 모양이 나오지 않아요. 그게 오히려 천향 비누의 매력이죠. 우리만의 것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그는 비누 틀에 비누 용액을 부을 때마다 어떤 무늬가 나올지 상상하며 만든다. 소비자 조합원들에게도 수제세안비누, 화장지움비누처럼 무늬가 있는 비누를 사용할 때 한 번 더 눈여겨 봐 달라고 당부했다 처음 출발이 사회적기업이었기에 지역 사회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올해 4월 한부모가장 한 명을 직원으로 채용하며 참 기뻤다고. “제 꿈이에요. 더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저와 같은 변화를 겪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미진 생산자는 올해부터 대표직을 이해우 생산자에게 넘기고,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듯 기쁘단다. 이해우 생산자가 그의 뒤를 이어 천향을 든든히 세워가고 있다. 천향의 비누 하나하나가 더 많은 사랑을 받아 천향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꽃피울 수 있기를 바란다.



  • 친환경투데이 이예은 기자 yeeun@ef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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