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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5년12월21일 08시38분 ]
두란농장 김광부 생산자
두란농장으로 향하는 먼지 가득한 그의 차 안에서는 소금냄새가 났다. 뭐를 흘렸나 싶어 주위를 둘러봐도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원래는 배를 탔었어요.” 두란농장 김광부 생산자는 뜻밖의 말로 이야기는 시작됐다. 부산 수산대학을 졸업하고 해군장교를 거친 후 큰 배의 선장으로 오대양을 누비며 남들이 평생 만져보기도 어려운 재산을 모았었다는 김광부 생산자. 유자는 물론, 땅과도 평생 거리를 두며 살아왔던 그는 어떻게 한살림에 유자차를 공급하게 된 것일까.
 
“여기가 유자밭입니다.”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질척해진 비탈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던 그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여전히 우거진 나무들만 가득하다. “자세히 보세요. 저게 다 유자나무입니다.” 말을 듣고 보니 그제야 바닥에 떨어진 유자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유자밭이라고 하니 평지에 유자나무들이 오와 열을 맞춰 서있는 모습을 생각하시고 오시는 분이 많은데 이곳을 보면 대부분 놀라워합니다.” 두란농장 유자밭의 넓이는 약 1만5,000평. 유자나무의 수도 3,000그루에 육박한다. “매년 나오는 유자량은 35~40톤 정도입니다. 밭 넓이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이죠.” 그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치며 재배했다면 80톤 이상 생산했을 것”이라며 웃는다. 가파른 돌산 비탈 곳곳에 대중없이 자라고 있는 유자나무를 보니 적은 생산량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 이런 곳에 유자밭을 만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유자에 맞춰 땅을 고른 것이 아니라, 땅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오랫동안 배를 탔지만 땅을 그리워하던 그에게 “좋은 곳이 있다”며 지인이 권한 곳이 지금의 두란농장터다. 석양이 가까워질 무렵 이곳에서 땅과 바다를 함께 내려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이 땅을 산 뒤, 고민 끝에 유자농사를 결정했다. 이유는 하나. 하얗게 핀 유자꽃과 노란빛 열매를 유달리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든 유자농사가 수월할 리 없었다. 자연 그대로를 좋아하는 까닭에 생명농업으로 방향을 정하기는 했지만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그였다. 준비 기간을 5년 정도 거친 뒤 1988년 고흥과 거제에서 1,500그루씩 총 3,000그루의 유자나무를 가져다 심었지만 유자농사의 벽은 높았다. “관행농법으로 유자를 키우면 7~8년이면 수확할 수 있었는데 저는 15년 이상 걸렸습니다. 얼추 수익이 나기까지는 더 오래 걸렸고요.”
 
그래도 지금은 몸으로 부딪혀 자기에게 맞는 농법을 찾았다며 웃는다. “닭똥과 톱밥을 섞어 발효퇴비도 만들고, 잡초를 막기 위해 헤어리베치도 심어놓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나무들이 힘도 세지고, 병충해에도 강해지는 것을 느낍니다.”그 중에서도 김광부 생산자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작업은 가지치기다. “가지치기를 제때 해주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하고 나무만 커집니다. 다른 일은 몰라도 수형을 잡아주는 것은 꼭 제가 하려고 합니다.”
 
한살림은 그가 무턱대고 뛰어든 생명농업의 길에서 만난 좋은 벗이다. 그가 유기농법으로 유자를 재배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한살림 실무자가 찾아와 가을걷이 때 판매할 유자를 달라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는 유자농사를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던 때라 유자가 볼품이 없었어요. 새까맣고 누리끼리한 유자를 대여섯 바구니 정도 따서 보냈는데, 한살림 조합원들이 다 사갔다고 해서 신기했었죠. 그것이 유자로 낸 제 첫 수익입니다.” 이때 느낀 감사함과 신뢰는 지금까지도 그와 한살림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두란농장의 유자는 100% 유자차 형태로 한살림에 공급된다. 조합원들에게 향긋한 유자향을 1년 내내 전달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반영됐다. 선별부터 세척, 절단, 씨분리, 채썰기, 배합으로 이어지는 과정 대부분이 아직 자동화되지 않아 품이 많이 들지만 유자차를 맛있게 드실 조합원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한다. “맛있게 드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차로도 마시고 빵에 발라서도 먹다보면 질리지 않고 오래도록 먹을 수 있습니다.”
 
두란농장의 유자는 크기가 작고 표면이 매끄럽지 않으며 군데군데 거뭇하니 볼품이 없다. 그러나 향과 맛은 관행농법으로 재배한 유자와 비교할 수 없이 달콤하다. 이런 유자로 만들었기에 한살림 유자차의 향 또한 남다르다. “알이 단단하고 향이 좋은 이유요? 돌산 비탈면에서 바닷바람을 많이 쐬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땅을 딛고 있지만 바다를 바라보고 있기에 더욱 향기로운 유자. 땅을 파며 생활하지만 여전히 뱃사람의 씩씩함, 소탈함을 품은 김광부 생산자와 많이 닮았다. 땅에 떨어져 있는 유자를 기념 삼아 두어 개 챙겨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는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향긋한 유자향이 뒤섞여 기분 좋은 향이 났다.



친환경투데이 이다현 기자 dahyun@ef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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