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나눔 허브원 조대회 생산자
온화한 캐모마일, 달콤한 로즈마리, 청량한 페퍼민트…. 저마다의 빛과 향을 품고 있는 허브차를 한살림에 내는 조대회 생산자를 만나기 위해 전남 함평의 향나눔 허브원을 찾았다. “지금 서 계신 곳부터 저~기까지가 다 페퍼민트밭입니다. (아차하며 발을 떼자) 밟아도 상관없어요, 남은 것만 수확해도 충분합니다.” 호방하게 말을 던지는 모습이 그를 만나기 전 떠올린 허브 생산자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그가 허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벌써 25년 전. “농사를 결심하며 저에게 맞는 작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일본, 영국 등 외국 잡지들을 통해 허브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허브는 일반 사람들에게 생소한 존재였다. 특히 풀을 원수처럼 여기던 농부들은 허브농사를 시작한 그에게 ‘지천에 풀인데 왜 또 풀을 심느냐’며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허브 분화로 시작해 허브차로 이어지는 허브외길 25년을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푸른 풀’을 의미하는 라틴어 Herba를 어원으로 하는 허브의 사전적 의미는 ‘잎, 줄기가 식용, 약용에 쓰이거나 향기나 향미로 이용되는 식물’이다. 다시 말해,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으며 요리 재료, 향신료, 약품 등 다양한 곳에 이용되는 자연의 풍성한 선물인 셈이다.
대부분의 농사가 종자를 이용해 번식하는데 비해 허브는 조금 특별하다. 로즈마리와 페퍼민트는 꽃꽂이 번식을 하고 캐모마일은 땅에 떨어진 종자가 자연 발화해 인위적으로 식재, 파종하지 않는다고 한다. 페퍼민트와 로즈마리는 봄과 가을에, 캐모마일은 5~6월 사이에 수확하는데, 선별한 원료를 맑은 물에 1~2차례 헹군 뒤 소형건조기로 말려 가공한다. 한살림 정책상 티백 형태로는 만들지 않는다. 그 때문에 조합원들이 불편해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오히려 물품의 실제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믿음직스럽다는 평이 많다고 한다.
향나눔 허브원에서 공급하는 허브차는 캐모마일, 로즈마리, 페퍼민트, 그리고 이를 함께 맛볼 수 있는 허브 혼합차까지 총 네 종류. 향만큼이나 각각의 용처와 용법도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허브로 꼽히는 캐모마일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긴장을 풀어주며 불면증에 좋아 자기 전에 먹는 것이 좋다. 뜨거운 물 한 컵에 꽃 5~6송이를 넣고 2~3분간 우려내 마시면 그 날의 피로가 한순간 날아간다. 페퍼민트는 향이 상쾌하고 청량감이 있어 허브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심신이 불안할 때 마시면 기분을 차분히 가라앉게 하고 위액의 분비를 조절해 소화를 돕는 효과가 탁월해 점심식사 후에 마시면 좋다. 요리에도 널리 쓰이는 로즈마리는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데 도움을 주며 기침과 가벼운 천식 증상을 완화시키는 작용도 한다. 뇌의 움직임을 활성화하여 기억력 증진을 돕기 때문에 아침에 마시기 좋은 허브다.
유기농사는 무엇이든지 어렵다지만 허브는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라고 한다. 벌레가 허브잎에 그림을 그려도 가공만 정성껏 하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시중에서 국내산 유기 허브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이만한 수준의 허브를 맛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로즈마리, 페퍼민트의 가격을 10년 만에 인상했는데 부담갖지 말고 많이들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쑥쓰러운 표정으로 소비자 조합원들에게 자신의 바람을 전하는 조대회 생산자. 소박한 가격만큼이나 겸손한 마음씨에 더욱 믿음이 간다. 어느덧 쌀쌀해진 이 가을, 자연과 공생하는 향나눔 허브원의 허브차로 시린 가슴 따뜻이 녹여보는 것은 어떨까.
- 친환경투데이 이예은 기자 yeeun@ef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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