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수, 조현숙, 최영 생산자
상큼하게 시작해 개운하게 끝맺음한다. 입안에 텁텁한 기운도 전혀 남지 않는다. 좋은 맛에 건강함까지 더해지니 더 바랄 게 무엇이랴. 조현숙, 최인수 생산자 부부가 올가을 새롭게 공급하는 가시복분자즙 음료를 마시며 ‘한 번 맛을 본 사람이라면 계속 찾을 수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미과에 속하는 가시복분자는 성장이 빨라 3월에 묘목을 심으면 6월 하순부터 수확할 수 있다. 연작이 어려운 것은 단점이다. 5~6년이 지나면 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품질도 떨어져 다른 작물로 바꿔 심어줘야 한다. 가시가 많은 데다 유기재배를 할 경우 알맹이까지 작아 수확도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병충해에 강한 편이라는 점이다. 땅에서 끌어올린 복분자의 좋은 기운이 강한 체질로 나타나는 셈이다.
오랫동안 가시복분자를 재배해서일까. 조현숙 생산자의 기운은 복분자를 닮아 있다. 자신이 생산하는 복분자를 최상의 상태로 소비자 조합원들과 나누기 위해 생산설비를 다섯 차례나 증축한 끈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유리병을 고집하는 철저함이 그렇다.
관행농으로 채소를 재배하던 조현숙 생산자가 가시복분자를 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다. 수입농산물이 들어오고 기존의 방식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면서 궁여지책으로 복분자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
때마침 일었던 복분자붐에 힘입어 적은 돈이나마 손에 쥘 수 있었지만, 이들의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수익이 들어올 때마다 재배면적을 넓혀갔고, 철저한 유기재배로 밭을 일궈나갔다. “복분자는 건강을 생각해서 드시는 거잖아요. 소비자 조합원들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우리도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복분자를 재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시복분자는 생과 그대로 팔기 쉽지 않은 작물이다. 아침에 딴 것이 저녁만 되면 시들해져 급속냉동해 판매하는 것이 최선이다. 당시만 해도 냉동 및 저장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터라 설탕을 이용한 발효음료 형태로 만들 수 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판로를 찾기 쉽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만난 지 올해로 꼭 10년째인 한살림과의 만남은 조현숙 생산자에게 축복이었다. “한살림이 생산자 보호를 철저히 해준 덕분에 안심을 하고 비용이나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지요.”
생기찬은 9월 14일부터 착즙형태의 ‘가시복분자즙’ 음료 공급을 시작한다. 달달한 발효음료보다 원액의 맛을 살린 물품을 먼저 만들고 싶었던 조현숙 생산자이기에 이번 행보가 더욱 뜻깊다. “힘들게 유기재배한만큼 최대한 본래의 맛을 살린 가시복분자 음료를 소비자 조합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새로운 걸음을 위해 생산설비도 여러 차례 증축했다. 착즙 음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넓은 냉동고와 자동화된 생산 시설이 필수적이다. 최종적으로 완공된 공장에는 냉동보관실 이외에도 저온저장고, 전처리실, 후살균실, 외포장실 등 최신 설비가 더해졌다. “공장 증축으로 해썹(HACCP) 기준을 충족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 조합원들을 더욱 만족할 수 있게 된 것이 기뻐요.”
마지막으로 소비자 조합원에게 바라는 점을 물었을 때 조현숙 생산자는 ‘신뢰’라고 짧게 답했다. “착즙음료의 특성상 아무리 신경을 써도 과육이 뜰 수밖에 없어요. 새로운 생산설비를 이용해 최대한 깨끗하게 물품을 만들고 있으니 믿고 맛있게 드셔줬으면 좋겠어요.”
- 친환경투데이 이다현 기자 dahyun@ef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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