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F(세계자연기금)는 2월 27일 국제 북극곰의 날을 기념해 기후변화로 서식지를 잃어가는 북극곰의 현실을 알리고자 영상과 사진 자료를 공개했다. 이번 자료는 지난 20년간 북극 빙하가 50% 이상 감소한 가운데, 2025년 1월 기준 북극 해빙 면적이 1981년부터 2010년 평균보다 약 8.95% 감소한 사실을 반영하며, 북극곰 개체수가 2050년까지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데이터를 함께 제시한다.
해빙 위 북극곰 모습
북극곰(Ursus maritimus)은 ‘바다의 곰’이라는 학명을 가진 지상 최대 육식동물이지만, 급격한 기후변화로 빙하와 해빙이 줄어들면서 사냥 기회가 급감하고 있다. WWF는 빙하 사이를 힘겹게 건너거나, 장시간 수영하며 먹이를 찾아 헤매는 북극곰의 모습을 담은 슬로우 모션 영상과 수중 촬영 영상을 공개했다. 이들 영상은 녹아내리는 빙하가 북극곰의 생존에 미치는 위협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기후 위기로 인해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도심으로 내려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린란드와 캐나다 등지에서 북극곰이 사람들의 거주지 주변을 배회하며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이 포착되었으며, 러시아 토볼스키 유전 지역의 사진은 사냥감을 찾지 못한 채 도심을 방황하는 북극곰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북극곰과 인간 간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WWF는 이에 대응해 2015년부터 북극곰 순찰대를 운영, 마을로 내려오는 북극곰을 관리하고 불필요한 사냥을 방지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 북극곰의 날은 2006년부터 제정돼, 지구온난화로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과 그들이 처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개최되고 있다. WWF는 1992년부터 북극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북극 이사회 옵저버 지위를 활용해 북극 서식지 보전을 위한 연구, 지역 사회 협력, 정책 개선 활동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 중이다.
한편, 캐나다 매니토바주 북부의 ‘처칠(Churchill)’은 매년 10~11월 물개 사냥을 위해 북극곰이 모이는 곳으로 ‘세계 북극곰의 수도’로 알려졌으나, 최근 허드슨만의 해빙 형성 시기가 늦어지고 해빙이 빨리 녹으면서 북극곰이 육지에서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서부 허드슨만 지역의 해빙 없는 기간은 평균 150일로 추정되며, 지구 온도 상승에 따라 이 기간은 더욱 늘어나 북극곰의 생존과 번식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WWF가 공개한 자료는 빠르게 붕괴되는 북극곰의 서식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와 이에 대응하는 보전 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앞으로도 WWF는 북극곰 보호와 서식지 보전을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교육·홍보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친환경투데이 정하준 기자 press@greenvers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