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비료의 사용이 꽃의 생물물리학적 신호를 변화시켜 벌의 탐색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 생물과학부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꽃 주변의 전기장을 변화시키는 합성 비료의 효과를 분석했다.
꽃은 다양한 형태적, 생리적 신호를 통해 벌과 같은 수분 매개자를 유인한다. 벌은 이러한 신호를 활용해 꽃의 위치를 찾고 꿀과 같은 보상을 얻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몇몇 곤충들은 꽃 주변의 정전기장을 감지하고 이를 통해 꽃의 보상을 식별할 수 있다. 그러나 합성 비료가 이러한 전기적 신호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브리스톨 대학교 연구팀은 합성 비료가 꽃의 전기적 신호를 변화시키고, 이러한 변화가 벌의 탐색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합성 비료는 꽃의 전기적 신호의 크기와 동역학을 변화시켜 벌의 탐색 행동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벌이 꽃을 방문할 때 경험하는 감각적 사건의 혼란을 반영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 실험과 모델 기반 증거를 통해 합성 비료가 꽃의 전기 신호를 반복적으로 변화시키고, 이러한 변화가 벌의 먹이 찾기 행동을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인 이미다클로프리드도 유사한 반응을 나타냈다. 비료 방울의 존재와 국지적인 공기 습도의 증가가 꽃의 전기장을 근거리에서 교란시키며, 이러한 효과는 꽃에서 멀어질수록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꽃의 전기장은 식물의 생리학적 반응과 물리적 특성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비료의 스프레이 적용은 꽃의 전기장을 즉각적으로 증가시키며, 이러한 변화는 수분 매개자와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꽃의 표면 습기와 공기 습도의 변화가 전기장의 크기를 최대 40%에서 500%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벌은 먹이 찾기 동안 다양한 신호를 활용하며, 이러한 신호는 비료의 스프레이 적용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연구팀은 비료가 꽃의 시각적 신호를 변화시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반사 스펙트럼을 측정했으나, 비료 처리된 꽃과 처리되지 않은 꽃 사이에 시각적 차이는 없었다. 또한, 비료가 꽃의 냄새를 변화시켜 벌의 탐색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실험했으나, 비료는 냄새 신호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비료가 꽃의 전기장을 변화시켜 벌의 탐색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연구팀은 절화된 꽃에 비료를 뿌리고, 꽃 주변의 전기장을 측정했다. 그 결과, 비료의 스프레이 적용은 꽃의 전기장을 즉각적으로 증가시켰으며, 이러한 변화는 몇 분 동안 지속되었다. 이는 벌이 꽃에 접근할 때 전기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러한 변화가 벌의 탐색 행동을 방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합성 비료가 벌의 탐색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첫 번째 연구로서, 인간이 만든 화학 물질이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전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시한다. 이는 꽃과 벌의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농업과 원예에서 화학 물질 사용의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스위스 국립과학재단과 유럽연구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오픈 액세스 저널인 PNAS Nexus에 게재되었다. 연구팀은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해 합성 비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친환경투데이 원정민 기자 press@greenverse.net |
